-
2021GENDER FREE : MarieClaire 마리끌레르화보 모음/2021 2021. 2. 26. 10:45
GENDER FREE
8인의 여성 배우와 함께한 2021 젠더프리 인터뷰
보다 많은 여성 배우가 작품에서 각자의 서사를 풍부하게 쌓으며 존재하기를,
그리고 더 다양한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마음과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갈증과 갈구, 갈망이 충분히 풀어지기를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며
8인의 여성 배우가 함께한 젠더프리 2021.
#김향기
#먼 훗날 우리 # 나에게 배우란 호흡
벌써 4년째 젠더프리 기획에 함께한다. 세상에! 열아홉 살에 <베테랑> 대사를 한 게 처음이었다. 이제는 긴장하지 않을 법도 한데 오늘도 연기할 때 떨렸다. 4년째 참여하다 보니 같이 크는 느낌도 든다. 4년 전보다 드라마나 영화 속 여성의 이야기가 많아졌고, 나도 그런 작품을 했고. 그래서 신기하기도 하고 좋다.
오늘은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을 연기했다. 보고 싶어서 찾아본 영화다. 영화 자체도 좋은데 그 장면의 대사가 참 좋았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고 직접 연기해 보고 싶었다. 영화에서는 연인 관계에서의 감정이 담겨 있지만 대사 자체로 모든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 대사가 슬프지만 자신이 슬프다기보다는 이 말을 하는 게 슬픈 것 같다. 내 감정은 슬픈 것과는 다른 감정이다. 오히려 이 말을 하는 나의 감정은 튼튼해지는 느낌이다. 대사를 할 때 눈물이 났지만 딱히 흐르는 눈물을 닦고 싶지 않은 감정. 성장한 사람이 위로하면서 동시에 위로받는 느낌도 좋았다.
김향기에게 성장은 무엇인가?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배우 김향기의 성장은 새로운 역할을 연기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에 의미가 있다. 배우 김향기의 성장은 그렇게 다양한 연기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맞이할 때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보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현재에 충실한 것이다.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성장하지 않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성장이다.
요즘은 무엇을 받아들이고 싶은가? 특별한 건 없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내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명확히 아는 게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때론 나에 대한 것들을 적어보기도 한다. 문득 감정이 묶여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나.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찜찜하고 답답하고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어디론가 나가야 할 것 같은 기분. 그런 감정들을 애써 잊으려 하지 않고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생각해야 한다. 감정이란 건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본질 그대로 지켜보고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솔직한 나 자신을 지켜보려고 한다.
영화 <아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보호종료아동과 싱글맘, 그리고 아이가 주인공이다. 셋의 관계성이 점점 자라나고 그 안에서의 감정들을 보여준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야기와 감정 묘사가 섬세하다고 느꼈다. 촬영기간은 짧았지만 현장에 있는 내내 행복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배우들을 늘 존중해주었고 싱글맘 ‘영채’를 연기한 (류)현경 선배와 함께해 더 좋았다. 그리고 내가 연기한 ‘아영’이 나와 많이 닮아서 더 흥미로웠다. 아영이를 둘러싼 환경은 나와 많이 다르지만 한 명의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들을 보면 나와 닮은 점이 많다. 이런 느낌의 캐릭터를 경험한 것은 처음이다.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캐릭터의 배경은 어떻게 풀어 갔는가? 상황만으로 인물을 바라보면 갇히게 된다. <증인>에서도 이런 고민으로 힘들었고.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 아영이를 연기할 때도 ‘보호종료아동’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두고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더라. 그러다 내린 결론이 보호종료아동은 아영이를 이루는 여러 특성 중 하나이고 아영이라는 사람으로서 연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영이가 지닌 상처는 아무리 자신이 노력해도 메울 수 없는 공백이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영화에서 표현될 수 있도록 했다. 아마도 아영이는 안정된 선택을 하며 자신의 삶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강박이 있었을 것이고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고 마음을 나누는 데 서툴었을 것이다. 내 연기에 아영이의 이런 고민이 잘 담기기를 바랐다.
영화 <증인>에 이어 선하고 약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이야기여서 끌렸던 건 아니다. 작품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새로운 연기가 해보고 싶을 때도 있고, 영화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와 닿았을 때도 있으며, 장르적으로 감독님이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할 때도 있다. 그런데 작품이 다루는 주제나 이야기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것이 많았고 감사하게도 그런 이야기를 자극적이지 않게 사람 사는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아마도 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좋은 것 같다.
누군가를 보살피고 지키는 역할은 처음인 것 같다. 그렇다. 아영이는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고자 한다. 영화를 보면 아영이가 아기 ‘혁’과 놀아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들이지만 그럴 때마다 아영이가 아주 행복해 보인다. 이 친구에게 혁이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대상이자 행복을 주고 싶은 대상이다. 그래서 지키려는 거다.
영화는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약자들의 연대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는 자신과 상관없는 타인에게 관심을 쏟기 어렵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한 편, 두 편 이어진다면 조금씩 전달되는 힘이 생길 것이다. 얼마 전에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보호종료아동이라는 한 청취자가 이런 영화가 개봉해 참 좋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정말 감사했다. 내가 직접적으로 뭔가를 한 건 아니지만 영화의 존재 자체가 힘이 되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세상이 있다면? 누구든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보통 아영이나 영채 같은 인물을 현실에서 보면 안쓰럽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일반적인 잣대를 거두면 그들만의 세상과 가치관이 분명히 있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나와 다른 환경의 사람들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ditor 박 민 Photography 우상희 Hair 정심(김활란 뮤제네프)(김향기), 이민이(박규영), 나건웅(우선)(최수영) Styling 고윤진(김향기) Makeup 서지윤(김활란 뮤제네프)(김향기) Reference 2021년 3월호
화보 본문▼
www.marieclairekorea.com/celebrity/2021/02/gender-free
'화보 모음 >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향기다운 날들 : MarieClaire 마리끌레르 (0) 2021.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