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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 김향기가 확장하는 세계화보 모음/2022 2024. 7. 31. 16:41
김향기가 확장하는 세계
스물셋의 김향기는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는 중이다. 순수한 열정을 품고 도전하는 김향기의 봄.BY 에디터 김정현 | 2022.01.24
수트 산쿠안즈 by 아데쿠베, 슈즈 처치스, 셔츠와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화보 촬영 틈틈이 책을 읽더라. 뇌과학에 관한 책이다. 사고력을 다른 방향으로 키워보려 선택했는데 보면 볼수록 흥미롭다. 읽다 보면 몰입하게 되는 주제다. 최근 인터뷰에서 이과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낮에는 인문 과학서를, 밤에는 소설을 읽는다고 했는데 여전히 그 훈련이 진행 중인가 보다. 맞다. 이제는 뭔가를 공부하려고 하기보다 순수한 재미에 끌려 책을 든다. 여전히 소설은 밤의 책이다. 요즘은 소설 <모순>을 읽고 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에서 할 수 있는것 중 ‘오늘 하루를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드는 제일 간단한 방법이 독서인 것 같다. 하루하루 읽다 보니 양이 점점 늘었다. 지난해에는 <날아올라 나비> 촬영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미용실을 배경으로 헤어 디자이너와 인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나는 미용실 안에서 최고참 인턴 ‘기쁨’을 연기했다. 굉장히 소심한 친구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웹툰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모든 작품과 캐릭터가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지만 어엿한 사회인을 연기한다는 면에서 신선했다. 또래의 인물을 연기하며 공감했던 지점이 있었나.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사회 초년생의 입장이 크게 와닿았다. 나 역시 기쁨이처럼 사회성을 확장하는 중이다. ‘위로’라는 면에서 직업적 공통점도 있다. 미용사와 배우 모두 타인의 감정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분 전환을 목적으로 머리를 하러 가거나 작품을 감상한다. 일을 하는 입장에서도 미용사는 손님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위로를 받는 동시에 위로를 건넨다. 배우 역시 관객을 위로하기도, 관객을 통해 위로받기도 하는 존재다.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대부분이 선한 영향력을 지닌다. 캐릭터를 선택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나. 좋은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에 참여해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참 감사한 일이다. 특정한 기준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 연기라는 일 자체가 그냥 너무 좋고 재미있다. 촬영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얻기도 하고, 연기를 하면서 나조차 몰랐던 김향기를 발견할 때가 있다. 내재되어 있던 모습을 하나씩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내게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과정은 힘들지만 뭔가를 발견해 표현했을 때 성장해나가는 감각이 짜릿하다.시퀸 톱 앤아더스토리즈, 브레이슬릿 포츠 1961, 팬츠와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오늘 인터뷰에서 김향기의 말에 유독 ‘위로’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최근 알고리즘에 이끌려 ‘짤’을 하나 봤다. 만화 <검정고무신> 속 주인공 엄마의 표정이 담긴 이미지인데 그 밑에 ‘요즘 대한민국 사람 평균 표정’이라는 텍스트가 적혀 있었다. 공허한 눈과 영혼 없는 표정에 웃음이 터졌다가 이내 슬퍼지더라. 생각해보니 내 표정도 딱 그랬거든. 참 속상한 현실 이다. 그때 나는 내 직업이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으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마음을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무의식적으로 그 단어를 많이 언급한 것 같다.시대나 사회 분위기가 작품 선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나.내가 영향을 받고 작품을 선택하기보다 예술이라는 장르 자체가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작품 속 인물이 ‘그’로서 잘 보이 기를 바랄 뿐이다. 기억과 기록은 자연스럽게 쌓이는 과정인데 어떤 시대를 대변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꾸며지는 순간 ‘페이크’라고 본다. 현실에 충실해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그 순간을 잘 담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팬데믹과 같은 큰 사회적 변화가 배우 김향기에게 영향을 끼친 부분은 없었나. 개인적으로는 극장 수요가 줄어든 지점이 속상했다. 극장이라는 공간을 사랑하는한 명의 관객으로서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행복을 빼앗겼다. 배우에게도 관객이 극장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는 건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요즘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작품을 즐기는 상황에 새롭게 적응해나가고 있다. 정말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더라.즐기는 입장에서도 과부하가 걸릴 때가 있다. 대중이 원하는 요소를 빨리 파악하는 것도 배우에게 중요한 덕목인데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폭이 커지니나 역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속도를 따라잡으려고 할수록 과부하가 걸리고 삐걱대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여러 작품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훗날 돌아봤을 때 ‘내가 제대로 한 게 맞나?’ 하는 의심과 자괴감이 오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다잡았다.배우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지금 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변했다. <날아올라 나비>의 방영을 기다리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어떤 과정이든 결과로서 드러나는 순간이 내게 꽤 중요하게 작용했 더라. 촬영을 끝내서 개운하고 뿌듯하긴 해도 담고자 했던 이야기가 전달되지 못하니 속상했다. 대본을 보고 느꼈던 충만한 마음은 연기하며 표출될 수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시청자에게 메시지가 닿지 않았을 때의 답답함이 있다.평소에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찾아보는 편인가. 그렇다. 관객들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았는지, 표현하 고자 하는 것들이 잘 전달됐는지 살펴본다. 나의 멘탈이나 신념, 캐릭터를 표현하며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뿌리째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관객이 어떻게 느끼는지 찾아보는 편이다. 가령 기쁨이는 표면 적으로 굉장히 소심한 친구인데 극이 전개될수록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진다. 모든 사람은 성장 과정에서 무의식에 내재되는 성격이나 감정이 있지 않나. 연기하며 그 이유가 납득될 수 있도록 기저에 어떤 감정을 깔아놓았다. 기쁨이가 경력도 많고 실력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성격적 한계 때문에 경계선을 넘지 못해 늘 안타까웠다.김향기에게도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마주했던 경험이 있었나. 한계에 부딪힌 건 아니지만, 요즘 뭔가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3년 전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성인이 되니 바뀐 점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그때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제야 조금씩 변화를 실감한다. 현장에서도 연기 외에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내 몫을 생각하게 됐다. 지금까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막내 포지션에서 참 편하게 있었다(웃음). 아역부터 활동하다 보니 대중이 바라보는 나의 이미지가 조금은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실제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했으니까.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배우가 되도록 은근하게 스며드는 게 올해 목표다.코트, 니트,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얼마 전 SNS에 남긴 ‘자아와의 마찰이 빚어지는 시기’라는 말 또한 비슷한 맥락일까. 그렇다. 이렇게 성장하는 건가 보다(웃음).그 과정에서 내 속도를 지키는 방법이 있다면. 방법은 없다. 그냥, 그냥… 그냥 기다리는 것 뿐이다. 매번 상황이 원하는 쪽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내 마음이 아무리 다급해도 안 되는 건 안 되고, 되는 건 이루어진다. 그저 기다리면서 나를 건설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뿐이다. 불안하고 조급한 시간을 견디는 건 결국 개인의 몫이다. 내가 찾은 답은 일상을 잘 보내야 한다는 것. 몸이 조금 힘들어도 가능한 계획을 세워 하루를 알차게 채우려고 한다. 물론 실패하는 날들도 있지만.김향기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건 무엇인가. 오랜 친구들, 가족, 그리고 이미 삶에 큰 자리를 차지한 연기. 너무 당연한 대답인가? 하지만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당연하지 않도록 아껴야 하는 존재다.'화보 모음 >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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