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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이 어제였죠? 중고등학교 졸업식을 1월에 하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원래 2월이었는데 최근에 바뀌었더라고요. 하하. 어제 강당에 다 같이 모여 졸업식할 땐 너무 정신이 없어 슬프거나 아쉬움을 느낄 겨를이 없었는데 집에 와서 담임선생님께 문자드리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이 교복을 다시 꺼내 입을 일은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기분이 묘했죠.
20살 된 기념으로 연말에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면서요?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여행 간 건 처음이었어요. 회사 이사님과 매니저 언니랑 함께 다녀왔는데 런던에서 밀라노, 피렌체, 로마 코스로 열흘 넘게 여행했죠. 어쩌다 보니 이탈리아 도시를 많이 다니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막연히 이탈리아 가서 젤라토 먹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가서 실컷 먹었죠.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
한국으로 돌아오기 바로 전날 로마 근교에 있는 치비타라는 곳을 갔어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별 기대가 없었는데, 지금까지 여행한 곳 중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시골 마을이었는데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면 전경이 한눈에 보였죠. 그래서 구름 위에 있는 천국에 다녀온 느낌이었어요. “여기 정말 좋다!”란 말을 한 열 번 이상은 한 것 같아요.
이제 정말 성인이 됐어요. 설렘도 있지만 한편으론 책임감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보다 18살일 때 20살이라는 나이가 크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때 ‘20살이 되려면 얼마 안 남았는데, 그 나이가 되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죠. 지금은 배우로서 역할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행동도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끼고요. 사실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스물한두 살쯤 돼야 ‘아, 이젠 내가 성인 대접을 받는구나!’ 싶지 않을까요?
그럼 내년에 만나서 이 질문을 다시 해볼까요?
하하. 그때 되면 정말 “어른으로 살기 너~어~무 힘들어요!” 이럴지도 몰라요.
성인이 되면 운전면허를 따서 차를 몰고 겨울 바다 보러 가고 싶다고 했었죠. 다녀왔어요?
아직 면허도 못 땄어요. 1월에 따려고 했는데 갑자기 영화 개봉이 잡혔거든요. 시간 될 때 바짝 공부하면 금방 딸 수 있겠죠? 아, 저 SUV처럼 튼튼한 차를 좋아해요. 그런데 그런 차는 비싸잖아요. 일단은 운전을 잘해야할 것 같아요.
2월에 영화 <증인>이 개봉해요. 어떤 영화예요?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여학생 ‘지우’ 역을 맡았어요. 자폐아 역할이라 출연 결정을 내릴 때 굉장히 고민이 많았죠.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부담감이 컸거든요. 그런데 그냥 작품만 보니,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라 또 용기와 욕심을 냈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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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기 전, 준비 과정에서 공부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서 저에게 보내주셨어요. 책이나 영화를 많이 봤는데, 그 때문인지 집에서 혼자 연기 연습할 때 너무 계산적으로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 부분에서 대사 톤을 이렇게 해야겠다’란 생각을 계속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런 제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죠. 그래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보자’란 생각에 촬영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떠오르는 대로 대사를 하며 표현했어요.
지금까지 향기 씨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 공통적으로 휴머니즘이 살아 있는 영화였어요.
처음엔 제가 그런 장르만 출연하고 있다고 인식을 못 했는데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듣고 알았죠. ‘이런 작품을 해야지’, ‘이런 작품만 들어오네’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대본을 읽어보고 좋아서 출연했으니까요. 제 작품을 돌아보면 ‘좋은 작품 잘 만나서 잘하고 있구나’, ‘연기자로서 잘 성장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캐릭터와 장르를 잘해냈고, 또 그걸 바탕으로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좋아요.
때론 아역 배우 출신 배우들이 조바심을 내기도 해요. 빨리 어린 티를 벗어나고 싶어 무리수를 두기도 하고요. 그런데 향기 씨한테는 여유가 느껴져요.
저도 조바심이 나요. 그런데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요. 부모님과 저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요, 미래만 보고 가다가 현재를 놓치면 아무 소용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단 저에게 주어지는 것에 충실한 게 가장 먼저란 생각을 하죠.
이렇게 잘 자랄 수 있었던 건 주변 환경이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좋은 어른이 많았나요?
운이 좋았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는 엄마가 촬영 현장에 자주 나오셨어요. 엄마는 “네가 이 상황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하는 게 맞다. 너한테 맞는 걸 찾는 게 더 옳은 일이다”란 얘기를 많이 해주셨죠. 그렇다 보니 저도 매 순간을 긍정적으로, 또 편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작품 하면서 만났던 배우분들이 모두 다 좋았어요. 그분들 덕에 촬영장에서 힘들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을 더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언제 연기자가 내 길이라는 확신을 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작업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늑대 소년> 촬영이 끝나고 중간에 1년 남짓 일을 하지 않았어요. 학교도 즐겁게 잘 다니고 좋았는데, 괜히 심심하고 무료했죠. 촬영장 가고 싶단 생각이 커지더라고요. 그때 내가 정말 연기를 좋아한다고 깨달았어요. 중학교 3학년 때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커졌고요.
앞으로 연기보다 더 재미있고, 욕심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없어요. 왜냐하면 제가 뭔가에 확 빠져들거나 붙들고 고민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공부할 때도 집중하다 보면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연기하면서 대본을 보고, 배역에 대해 고민할 때는 저도 모르게 푹 빠져 있어요.
향기 씨의 사춘기는 어땠어요? 부모님께 반항도 하고, 좀 삐뚤어졌을 때가 언제였나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중학교 올라가던 시기에 엄마한테 짜증을 많이 냈대요. 제가 했던 가장 큰 반항은 그냥 화내는 거?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고, 대답 제대로 안 하는 정도였던 것 같아요. 평소에 화가 나면 툴툴대요. 좋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비꼬아서 말해요. 그래놓고 혼자 방에 들어와선 ‘진짜 한심하다, 한심해! 후회할 걸 왜 그러냐’ 이러면서 반성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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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tvN 드라마 <#좋맛탱>에서 풋풋한 20살을 연기했어요. 오랜만에 또래 배우와 연기하니 어땠어요?
또래이긴 해도 상대 배우분이 저보다 나이는 많았어요. 반말을 해도 될 정도의 나이 차였는데도 제가 말을 못 놓겠더라고요. 하하. 제겐 첫 로맨스물로, 되게 상큼하고 풋풋한 작품이었죠. 그걸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는데 사실 좀 어려웠어요. 밝고 생기발랄한 역할을 안 해봐서 그랬던 것 같아요.
나이에 비해 연기 경력이 있어 ‘김 선생’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보통 촬영장에서는 제가 가장 어린데 활동을 오래 했다는 이유로 스태프분들과 배우 언니, 오빠들이 저를 조금 어렵게 대하는 경우가 있긴 해요. 그럴 땐 정말 어쩔 줄 모르겠어요. 불편하기도 하고요. 경력 같은 거 신경쓰지 말고 그냥 제 나이로 저를 대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냥 편하게, 편하게!
<신과 함께>로 천만 배우가 됐어요. 이전과 이후 작품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나요?
<신과 함께>도 흥행을 기대하고 촬영한 작품은 아니었어요. 나중에 관객 수를 보고 많이 놀랐죠. 흥행 자체는 무척 기쁘고 좋은 일이지만, 저는 아직 어리니까 앞으로 연기할 날이 무수히 많잖아요. 벌써부터 작품을 볼 때 미리 흥행을 점쳐본다면, 어떤 연기를 할 수 있겠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어요. 왜 ‘평생 하겠다’라는 다짐이나 확언을 하지 않은 거예요?
어떤 일이든 제 욕심대로 되지 않잖아요.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저도 모르게 연기에 재미를 못 느끼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요.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땐 체력을 먼저 보충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도, 김향기라는 사람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죽을 때까지 배우다”라는 말보다는 “하고 싶다”라고 표현했던 것 같아요.
연기 외에 좋아하는 게 있어요?
집에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거든요. 하하. 집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엔 베이킹에 관심이 가요. 여러 가지 도전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감이 생기거든요.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마침내 완성했을 때 뿌듯해요.
연기자로서 스스로의 장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대본을 읽을 때나, 촬영할 때 작품에 집중하는 것은 장점이에요. 반면에 배우라는 직업은 대중에게 보여지는 일이고,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내성적이기도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게 조금 어색해요.
어린 시절 영상이 최근에 다시 화제가 되고 있어요.
사실 그때 기억이 안 나서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도 몰라요. 그때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지금의 제 사촌 동생을 보는 것 같아요. 사촌 동생이 당시 제 나이라서 그런가 봐요.
향기 씨를 가장 기분 좋게 하는 칭찬은 어떤 거예요?
음. “잘 컸다”란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제 모습을 보시고 하는 말이잖아요. 그동안 저를 지켜봐주신 분들이 하는 말이라서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http://www.cosmopolitan.co.kr/article/RetArticleView.asp?strArtclCd=A000010239&strFCateCd=ACAA